[ 소설 "조릿대 베개" 출판]


■ 책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 젊은이들에게 추천한 바로 그 책

작가인 마루야 사이이치에게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변신하고 싶어하는 ‘변신 염원’이 있다. 이 작품은 실제로는 군대에 갈 수밖에 없었던 마루야 사이이치가 징병기피자 하마다 쇼키치로 ‘변신’하여 써낸 ‘또 다른 자신’의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전쟁에 반대했던 스무 살 젊은이의 기적 같은 오디세이

이 소설은, 전쟁 후의 하마다 쇼키치가 살아가는, 대학 직원으로서의 일상생활과 전시 중 징병기피자로 살아가는 스기우라 켄지의 비일상적인 생활이 교차하는 형태로 묘사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두 개의 대조적인 생활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전후의 하마다 쇼키치의 생활이 한 줄 여백을 두지도 않고 어느새 전시 중의 스기우라 켄지의 도주생활로 바뀐다. 제임즈 조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 작가가 ‘의식의 흐름’의 수법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일본 사회는 1945년 8월 15일을 계기로 또 다른 새로운 사회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는 강한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 ‘의식의 흐름’의 수법은, 독자를 미로와 같은 세계로 이끌어간다. 독자는 두 주인공을 동시에 바라보며 각각의 내면의 고통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전후의 생활이 숨 막히는 것일수록, 희한하게도 전시 중의 불안과 공포에 찬 도주생활이 그리워진다. 이것이 『조릿대 베개』의 역설적인 재미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보통 소설과 달리 마지막 부분에 시작이 온다는 점이다. 마지막 부분에 도망친 날이 그려진다. 작가는 하마다 쇼키치에게 여행을 떠나게 하여 또다시 저 매력적인 아키코를 만나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끝난 슬픈 연애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가와모토 사부로(평론가)

 

■ 저자 소개

마루야 사이이치(丸谷才一)
1925년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 출생. 동경대학교 영문과․동대학원 졸업. 1960년 처녀작『야훼의 얼굴을 피하여』발표. 1965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공저 간행. 1967년 『조릿대 베개』로 가와데문화상. 1968년 『한 해의 남은 나날』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소설, 평론, 에세이, 번역 등 폭넓은 문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혼자만의 반란』으로 다니자키상, 『가성으로 불러라 기미가요』『여인의 한창시절』『고토바인』로 요미우리문학상, 『수영담』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문학상, 1991년 『비바람』으로 영국 인디펜던트 외국소설특별상을 수상했고 다양한 장르에 걸친 지적이고 왕성한 문필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2001년 기쿠치 칸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김명순
2000년 원광대학교 일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2002년 4월부터 2004년 3월까지 교토붓교대학 응용사회학과 연구과정을 밟았다. 2003년 9월 무라타 키요코의『망조』, 마루야 사이이치의 『화류소설론 노트』로 제4회 시즈오카 세계번역콩쿠르 한국어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1년 현재 고등학교 일본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 『누구라도 끌리는 그녀의 말솜씨』 등이 있다. 


■ 책소개

일본문학 거장 마루야 사이이치의 전쟁의 의미를 묻는 수작

현대문학 중에서도 지극히 특이하고 고독한 영광을 지닌 작품이다. 평론가 겸 극작가인 야마자키 마사카즈는, 이 소설을 “전후문학사에서 기념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했는데 현재에 이르러서도 이 평가는 살아있다. 아니 ""전전(戰前)적인 것"이 부활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소설이 이색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제2차 세계대전(당시는 대동아전쟁이라 불림)의 징병기피자로 설정된 것이다. 국가로부터의 도망자이다. 지금까지 징병기피자를 그려낸 소설이 없지는 않지만 『조릿대 베개』만큼 철저하게 도주생활을 그려낸 소설은 없다. 게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 시대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도주행각을 기적적으로 성공시켰다. 이러한 대담한 발상과 구조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유례가 없다.

주인공인 하마다 쇼키치는 도쿄 아오야마의 개인병원집 아들이다. 구제 관립고등공업학교의 무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무선회사에 들어간다. 그리고 1940년 가을, 스무 살 때 그는 강제징병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를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을 나와 도주생활을 시작한다. 스기우라 켄지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처음엔 라디오와 시계 수리공으로, 나중엔 <모래화가>가 되어 일본 각지를 전전하다가, 헌병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무사히 1945년 8월 15일 종전을 맞이한다.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 5년에 걸친 도망기, 오디세이다.

도망생활만을 그려 왔지만 『조릿대 베개』는 사실 하마다 쇼키치의 전후 생활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도주에 성공한 주인공은 스기우라 켄지라는 "세상의 이목을 피해 사는 가짜의 모습"에서 하마다 쇼키치 본인으로 돌아온다. 사립대학의 직원이 되어 젊은 아내를 얻고 평온한 소시민의 생활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사회에 복귀한 것이다. 그러나 본명으로 돌아온 하마다 쇼키치는 거기서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우습게도 그는 전후 사회 속에서도 자신의 거처가 없다. 일껏 징병기피에 성공하여 평화로운 시대로 돌아왔는데도 그의 마음은 들뜨지 않는다. 가정생활은 즐거운 것 같지도 않고 대학에서도 숨이 막힌다. 타인의 생활을 엿보는 인간만이 모여 있는 직장은 마치 "또 다른 군대"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그는 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과거의 징병기피가 문제가 되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평화로워야 할 전후 사회도 결국은 전쟁 전과 다를 게 없다는 마루야 사이이치의 괴로운 인식에는 숙연해진다.

이 소설은, 전후의 하마다 쇼키치가 살아가는 대학 직원으로서의 일상생활과, 전시중 징병기피자로 살아가는 스기우라 켄지 비일상적인 생활이 교차하는 형태로 묘사되어 있는데, 흥미롭게도 두 개의 대조적인 생활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전후의 하마다 쇼키치의 생활이 한 줄 여백을 두지도 않고 어느새 전시 중의 스기우라 켄지의 도주생활로 바뀐다. 제임즈 조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 작가가 ‘의식의 흐름’의 수법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일본 사회는 1945년 8월 15일을 계기로 또 다른 새로운 사회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는 강한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 ‘의식의 흐름’의 수법은, 독자를 미로와 같은 세계로 이끌어간다. 독자는 두 주인공을 동시에 바라보며 각각의 내면의 고통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전후의 생활이 숨 막히는 것일수록, 희한하게도 전시 중의 불안과 공포에 찬 도주생활이 그리워진다. 이것이 『조릿대 베개』의 역설적인 재미이다. 특히, 스기우라 켄지가 돗토리 현의 가이케 온천에서, 우와지마에서 가출한 전당폿집 딸 아키코를 만나 사랑을 나누어 가는 모습에는 "난전꾼의 시정(詩情)"이 넘쳐흐른다. 두 사람이 배를 타고 오키시마로 건너가 벚꽃을 바라보는 장면은 가부키의 운문처럼 아름답다. 하마다 쇼키치는 이 때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인텔리 청년의 진짜 얼굴을 버리고 난전꾼 스기우라 켄지로 다시 태어나 마음씨 고운 아키코와 함께 일반 서민으로 살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왜 그것이 그에게는 불가능했을까. 전쟁이 끝난 후 왜 아키코와 함께 살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아키코와는 스기우라 켄지라는 가짜 인물과의 관계였고, 전쟁이 끝나 하마다 쇼키치라는 인물로 돌아간 이상, 아키코와의 관계는 청산되어야 했을 것이다. 인텔리와 서민, 애초부터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출신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을까.
『조릿대 베개』는 보통 소설과 달리, 마지막 부분에 시작이 온다. 마지막 부분에 도망친 날이 그려진다. 왜 마루야 사이이치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을까. 단순히 소설의 기법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마루야 사이이치는, 하마다 쇼키치에게 여행을 떠나게 하여 또다시 저 매력적인 아키코를 만나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 생각했을 때 『조릿대 베개』는 미완성으로 끝난 슬픈 연애소설로도 훌륭하게 그려놓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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